수년전 우리 집 지하실에 화장실 변기와 샤워 실 하수구로부터 더러운 물이 꾸역꾸역 역류하여 몇 주 동안 불쾌하고 불편함을 겪었다. 만일 지하실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었더라면, 문제가 심각했을 터인데, 다행이 타일이 깔려있어서 문제가 해결될 때가지 깨끗한 물과 비눗물로 훔쳐내고 닦아내는 청소를 거듭하였고, 하수구를 뚫느라고 사람을 부른 비용을 제외하고 별다른 손실은 없었다.
처음에는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지 못해서 하수구를 뚫는 기계로 여러 차례 뚫는 일을 거듭했는데도 며칠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하수도 물이 거꾸로 올라오곤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 안의 하수도와 뉴욕시 하수도가 연결되는 부분에 하우스 트랩(House Trap)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었는데, 그 속에 있는 U자형 관에 오래된 빈 플라스틱 물병이 박혀있었다. 아마 오래 전에 애들이 변기에 빠뜨린 것이 거기까지 밀려 내려가서 U자형 관을 막고 있었던 같다. 그 것을 빼내자 그간 막혀있던 더러운 물이 콸콸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건물이나 가게에 대해 보험을 들 때는 상용재산보험(Commercial Property Form)을 사용한다. 상용재산보험은 기본형(Basic Form), 중간형(Broad Form), 특별형(Special Form), 등 3가지 등급의 형태가 있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기본형이 물어주는 위험요소(Perils=Causes of Loss)는 화재(Fire), 번개(Lightning), 폭발(Explosion), 폭풍우(Windstorm or Hail), 연기(Smoke), 비행기 또는 차량(Aircraft or Vehicles), 폭동(Riot or Civil Commotion), 만행(Vandalism), 소화분수장치 누출(Sprinkler Leakage), 공동화한 지반붕괴(Sinkhole Collapse), 화산활동(Volcanic Action), 등 11가지이다. 중간형이 물어주는 위험요소(손실의 원인)는 기본형에 있는 11가지밖에 유리 깨짐(Glass Breakage), 낙하 물(Falling Objects), 눈의 무게(Weight of Snow, Ice or Sleet), 갑자기 터져 나온 물(Water Damage due to accidental discharge of water), 붕괴(Collapse), 등 4가지 원인이 추가된다.
기본형과 중간형은 물어주는 위험요소가 열거되어있는 반면, 특별형은 오히려 안 물어주는 위험요소가 제외조항(Exclusions or Limitations)에 열거되어있다. 특별형 약관의 구체적 문구를 소개하면, 다음에 나오는 B항과 C항에 열거되고 설명된 것이 아니면 모두 보험보상이 가능하다(Covered Causes of Loss means Risks of Direct Physical Loss unless the loss is Excluded in Section B. Exclusions; or Limited in Section C. Limitations that follow.)라고 되어 있다. 과거에는 특별형은 제외된(Excluded)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의미로 All Risk Policy라는 말을 쓰기도 하였으나, 요즈음은 언어 상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All Risk Policy 라는 말 대신에 Special Form이라는 말을 쓴다. 이 특별형은 손실의 원인을 가장 포괄적으로 물어주기 때문에 가질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한 보험약관이다.
특별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수구에서 거꾸로 올라온 물은 주택보험이나 가게보험이 물어주지 않는 제외조항(Exclusions)에 포함되어있어서 그로 인한 손실은 보험보상이 안 된다. 그러나 보험회사에 따라서 추가 보험료를 받고 하수구에서 올라온 물로 인한 손실을 일정한 액수($2,000 또는 $5,000)까지 보상해주는 조항(Sewer Backup Endorsement)을 허용하기도 한다.
홍수보험은 강물이나 바닷물의 범람은 물론이고, 상수도의 파열로 인한 물, 갑작스러운 호우,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물의 적체현상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하수구에서 역류한 물은 홍수가 그 원인일 경우가 아니면 홍수보험에서도 보험보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에 말한 우리 집의 경우처럼 하수구가 막혀서 거꾸로 올라온 물로 인한 손실은 하수구 역류 배서(Sewer Backup Endorsement)가 없는 한 우리 주택보험에서도 보상을 받을 수 없으며, 홍수보험을 들었다하더라도 보험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하실 바닥은 물에 약한 카펫이나 합판 대신 타일을 깔고, 지하실에 물건을 쌓아둘 때는 1 - 2 피트 높이의 깔판(Skid)을 놓고 그 위에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수구에서 거꾸로 올라온 물, 지하수, 낡은 지붕이나 벽의 이음새로 스며든 물, 습기, 60일 이상 빈집에서 언 파이프가 터져서 나온 물, 열린 창문을 통해서 집이나 가게 안으로 들친 비, 눈, 진눈 개비, 등으로 인한 손실은 우리가 들고 있는 주택보험과 가게보험이 물어주지 않는 위험요소(Perils)이다.